타입문넷 나노하 팬픽 까마귀 3부 Remake ss입니다. 스토리상 52화 이후 내용입니다.
눈을 뜨자 보인 것은 회색빛 천장이었다.
실험실 안일까. 꿈과 현실의 지평선을 헤메이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전신에 퍼져있는 익숙한 약의 기운과 냄새. 꿈을 꾼 것 같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행복했던 것 같다. 여느 때처럼 자신의 어리숙한 행동 때문에 로사에게 잔소리를 듣고 블루의 뒤에 숨는 꿈. 여느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올려다 본 하늘에 달이 있었다는 것.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달. 백은의 달. 하지만 그것은 꿈이다. 보이는 것은 회색빛 천장 밖에 없으니까.
우욱. 위가 요동쳤다. 무언가가 위에서 식도로, 식도에서 위로 올라온다. 시큼한 냄새. 마비되어 있지 않은 미각이 위산의 맛을 느꼈다. 정신이 부상한다. 그래, 꿈일 리가 없다. 꿈일 리가 없지 않은가.
꿈이란, 자신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니까.
어디일까. 자신이 있는 곳은 의료용 침대다. 관리국일까. 아니면 아직도 우미나리일까. 어디가 되었든 잡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리였으면 좋겠다. 관리국엔 달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아무튼 일단 일어나고 싶었다.
신체에 힘을 주어본다. 약 때문일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신체가, 팔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움직여지질 않았다.
움직여.
오른쪽 손가락만이 미력하게 움직였다.
움직이란 말이야!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같지 않았다. 이미 늦은 것일까. 끝나버린 것일까. 순간 무언가가 울컥하고 목언저리까지 올라왔다.
울지마, 지알로.
알고 있었잖아.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었잖아. 신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정신을 집중해 링커코어를 구동시켜본다. 링커코어는 상처입은 동물의 가슴처럼 미동하고 있었다. 이미 지알로의 링커코어는 인간의 그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미약해져 있었다. 지알로는 애써 그 사실을 무시한 채 미력을 오른팔로 흘려 팔을 강제로 움직였다.
오른팔이 움직여지기 시작하자 신체도 그에 맞추어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금속 커퍼 근처를 더듬자 버튼 비슷한게 느껴졌다. 누르자 금속커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다.
조심스럽게 상반신을 일으켰다. 심장이 고장난 것일까. 머리에 피가 모자랐다. 급격히 몰려오는 현기증에 다시 쓰러질뻔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의 것을 포함해 침대는 셋. 그 중 사용중인 것은 셋.
하나는 블루일 것이다.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유전자단위로 묶여있는 자매의 끈이 블루임을 알려왔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덜컥, 겁이 났다. 로사, 일까. 결국 잡힌 걸까. 그러나 로사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일까. 아니면…….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지알로는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다리는 풀려있었고, 마음은 급했다.
쿵.
굉장한 소리와 함께, 지알로의 이마는 바닥과 만나고 싶지 않은 만남을 가졌다.
“하우~”
지알로는 머리를 매만지면서 본능적으로 양 옆을 살폈다. 다행히 로사도 블루도 보지 않았다. 못 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둔중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취약 덕분일까. 소리에 비해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약은 온 몸에 퍼져있었지만 통증 덕분에 정신은 확실히 부상했다. 행운일지도. 로사가 들었다면 잔소리를 한바탕 늘어놨을 생각을 하며 지알로는 다른 침대 옆으로 갔다.
단지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도 지알로는 진땀을 빼야했다. 의료용 침대 옆에 있는 간의 의자에 쓰러지듯 몸을 내맡겼다. 그리고는 눈으로 열심히 계기판을 찾아헤멨다. 계기판을 찾자 지알로는 힘겹게 손을 올려 개폐 버튼을 눌렀다.
금속 커버가 내려가면서 압축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꿀꺽, 하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천천히 내려가는 금속 커버. 배게를 뒤덮고 있는 머리카락은 금색이었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안도감에 신체를 유지하고 있던 힘이 풀렸다. 고개가 젖혀졌다. 보인 것은 회색빛 천장.
자,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도망갈까. 이런 만신창이 몸으로? 우스운 생각이다. 지금의 자신에겐 방문을 열 힘조차 없다.
결과는 이미 났다.
모든 걸 건 도박은 결국 패배로 끝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숨겨둔 밑천을 빼돌릴 수 있었다는 것. 부디 그 아이가 무사히 도망가길 바랄 뿐이다.
목에 힘을 주어 정면을 바라봤다. 사서장님의 얼굴은 창백했다. <> 아프겠지.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사서장님을 이렇게 만든 건 자신인데도. 치열한 전투였다. 아니, 처절한 전투였다. 그 누구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싸움. 상처만 남은 싸움. 그리고 그 싸움에 그가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음에도 마치 좀비처럼 일어나고 일어났다.
“사서장님.”
왼손이 욱신, 하고 아파왔다.
“그 아이는 잘 도망갔을까요. 언니로서 제대로 보살펴주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은 언니다워 보였을까요. 미흡했다고 해도 이젠 어쩔 수 없네요. 이젠, 이젠 보살펴주지도 보살핌 받지도 못하니까요. ………… 로사가 절 원망할까요. 원망 받고 싶지 않은데, 사랑만 받고 싶은데, 살아간다는 건 그 둘 모두에게 익숙해지는 거겠죠.”
순간 닥터가 떠올랐다. 실험실에 있던 자신. 닥터의, 사람들의 무채색 시선. 그곳엔 사랑도 원망도 없었다. 거기엔 실험체와 실험자가 있었을 뿐이었다.
“산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행복을 맛봤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래도 솜사탕은 달았고 침대는 푹신했어요. 처음 본 저녁놀은 코끝이 시큰해질 정도로 멋졌고 다시 본 달은, 달은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동생들과 다시 본 달은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
“사서장님은 신을 믿으세요? 신이 계시다면 만들어진 자를 위한 신도 계실까요.”
죽음은 공평하다. 그러나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의 절대량은 공평치 못하다. 그리고 그 누가되었든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그렇기에 인간은,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행동원리, 라고 하셨나요. 대위님이 사서장님의 행동원리라고요. 그건 분명 이상한거에요.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요. 남을 위해 산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타인과 같이 행복해지려고 하지 홀로 불행해지려하지 않아요.”
그의 행동에 화가 났다. 자신은, 우리는 갖지 못한 내일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하는데, 눈 앞의 남자는 태연히 자신의 내일을 내놓았다. 이 남자는 어찌해서 자신의 삶을……, 다시금 왼손이 욱신거렸다. 약성분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걸까. 침대에서 나온 것 자체가 자살행위인지 모른다. 신체 곳곳에서 간질간질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말을 이었다.
“망가져있는 거겠죠. 우리가 애초부터 망가져있었다면 당신은 망가져버린 거겠죠.”
망각되는 자들과 망각시키는 자들. 로사는 망각시키려는 자들을 증오했다. 분노했다. 아무도 원망하지말자, 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들의 행동이 불합리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적. 눈 앞의 있는 남자는 적일까. 세계를 나누었을 때 자신은, 우리는 그림자이고 사서장님은 빛일까. 지알로는 자조했다. 편을 가른 들 무엇이 달라질까.
“하지만, 그렇기에 이해해요. 수긍하지는 못하지만 사서장님의 행동원리라는 거 이해하고 있어요. 저도 로사가, 블루가 더 없이 소중한걸요. 살고 싶지만 누구보다도 내일을 원하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내일을 포기할 자신이 있는걸요.”
자연스럽게 그리고 힘겹게 사서장님의 손을 맞잡았다. 내민 손은 왼손. 사람이란 작은 신체접속만으로도 안도감을 얻고 용기를 얻는 다는 사실을 지난 며칠간 확실히 깨달았다. 꺼내고 싶지 않았던,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의문이 떠올랐다.
“…………, 사서장님 우린 인간……일까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살이가 내일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나요. 주어진 운명이라는 게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죠.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정해진 궤도에는 벗어날 수 없다고요. 그럼 그 운명조차 주어지지 않은 우리들은요, 우리들은요! 만들어졌기에, 인간이 아니기에 우리는 살아갈 운명조차 받을 수 없는건가요.”
가슴이 복받쳐 오른다. 한쪽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것은 분명 눈물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렇게 맞잡은 손이 따뜻한 걸요. 이것만으로 사람일 수 없나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울고 싶지 않은데, 울기보다는 웃고 싶은데.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부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자신들을 생각하며 눈물짓지 말았으면. 로사는 보기보다 약하니까. 누군가 그 눈물을 닦아주었으면. 비록 자신은 불가능하지만.
핏기 없는 사서장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살 수 있을까. 사서장님의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우리들은 살릴 수 없지만, 사서장 하나쯤은 너끈히 살릴 수 있는 시설이 관리국에는 있다. 그러니 살 것이다. 그 사실이 분하면서도 동시에 안심되었다.
이해받고 싶었다.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었다. 서로가 서로를 상처 입히는 그 순간에도. 유악하고 이해심 많아 보이는 사람. 이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사서장님이라면 이해해줄 것 같았다. 비록 그의 존재가 자신에게 있어선 트라우마였지만. 이해받길 원했다. 하지만 이해받지 못했다. 그는 너무도 망가져있어 이제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
신체가 각성한다. 고통이 약성분을 몰아내기 시작한다. 원래대로라면 일어나는 것조차 못하는 몸이다. 무리에 대한 대가가 지알로를 덮쳤다. 척수에 한 줄기 번개가 관통했다. 지알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이대로 죽는 걸까. 공포가 엄습했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하지 못한 게 많은데. <> 다 같이 여름 바다에 놀러가 물장구도 쳐보고 싶은데. ………… 사랑도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너무 사랑해서 결국엔 키스도 해보고 싶은데.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안 돼.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심장이 요동친다. 그건 강탈이야. 고통이 잦아든다. 아무리, 해보고 싶은 거라지만 그건 안 된다. 신체가 망가지다 못해 이제 뇌 어딘가가 망가진 게 아닐까.
그 정도는 괜찮잖아.
감미로운 속삭임이 들렸다. 응응, 하고 수긍하려는 자신이 있다. 자신을 상처 입힌 남자다. 그 정도는 받아도 좋지 않은가. 속삭임은 지나치게 달았다. 물끄러미 사서장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입술이 의식되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입술은 더 없이 보드라워보였다.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다. 한계에 한계까지 심장은 피를 짜내 얼굴로 보냈다. 언젠가 맛보았던 솜사탕보다 분명 자신의 얼굴이 더 빨갈 것이다.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그의 입술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원망은 않지만, 이해도 받지 못했지만, 이 정도는 줄 수 있죠?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포갰다.
첫 키스는 쓴 약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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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네 여자가 고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 아기 고양이 하나가 유노의 입술을 훔쳐 가는데…….
앞으로 어떤 운명이 신호등 자매에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니들의 죄는 글쓴이 잘 못 만난 게 죄다 ㅠㅠㅠㅠㅠㅠ. ) 지금 이 시점이 아니면 지알로x유노를 못쓸 것 같아 한편.
“이렇게 맞잡은 손이 따뜻하잖아요.”
이 한마디를 위해 썼습니다.
최대한 까마귀스럽게 쓸려고 했는데 어째 잘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
아무튼 까마귀 3부 최고 모에 캐릭터는 시그넘도, 나노하도, 샤멀도 아닌 지알로입니다. 지알로 까면 끔살.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