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전날 자정 직전까지 일하다가 돌아온 유노는 눈을 떴다. 창문 너머로 비스듬히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평소 휴일의 유노라면 바로 일어났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자신의 팔을 베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 나노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깨어있었을까.
나노하와 눈이 마주치자, 나노하는 이제 일어났냐는 듯 빙그레 웃었다. 아무래도 꽤 오래전부터 자신의 무방비한 얼굴을 감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유노는 조금 부끄러워졌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지금부터 나노하의 얼굴을 감상하면 되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 유노는 최근에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일어나는 순간 자신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만족감,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고 깨어날 수 있다는 행운, 분명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은 결혼하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일어난 상태였지만, 두 사람 다 일어서지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냥 즐겁게 그리고 다소 부끄럽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감상하고 감상되었다.
안온한 공기에 쌓인 달콤한 시간. 두 사람은 상대방의 숨결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누워있었다. 말은 필요치 않았다. 간질간질할 정도로 애정이 담긴 시선이면 충분했다. 나노하의 눈동자에 비친 유노의 얼굴, 유노의 눈동자의 비친 나노하의 얼굴.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이끌리듯, 나노하와 유노는 가볍게 키스를 했다.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한 아이들의 풋풋한 첫 키스처럼.
짧은 키스를 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부끄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애정이 담긴 간질간질한 시선. 결국 나노하는 그 간질거림을 버티지 못하고 유노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문댔다. 따스한 그의 체온, 그의 냄새가 참을 수 없이 기분 좋았다.
유노는 그런 나노하를 보고는 살포시 웃고는 비어있는 손으로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막 자고 일어났기 때문에 나노하의 머리를 묶여있지 않았다. 유노는 자느라 헝클어진 나노하의 머리카락을 빗질하듯이 쓸어내렸다. 나노하의 머릿결은 부드러웠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풍성한 나노하의 머리카락. 자신의 품에 안긴 나노하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나른한 아침만큼이나 기분 좋은 향기. 여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이에겐 분명 온 몸을 나른하게 하는 향기가 났다. 머리를 쓸어내리고 있자니 조금 장난기가 발동했다. 유노는 가락 사이사이에 조금 힘을 주거나, 약간 빠르게 해서 나노하의 두피에 자극이 가도록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흐읏.”
반응은 조금 느리게 왔다. 나노하는 은근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자신이 낸 소리에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나노하는 유노의 가슴에 얼굴을 문댔다. 그리고는 유노를 올려다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유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노하의 이마를 할짝하고 핥았다.
“힛!”
이마에 닿은 차가운 감촉에 나노하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유노를 향해 뾰로통한 얼굴로 나노하가 바라봤지만 유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나노하가 입술을 내민 채로 유노를 계속 바라보자, 유노는 나노하의 귓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댔다.
“나노하 맛이나.”
일순간에 나노하는 귀까지 빨개졌다. 그런 나노하의 반응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 유노는 나노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상반신을 일으켰다.
“유노군?”
나노하는 유노의 손을 붙잡았다. 그 모습이 꼭 아기 강아지 같았다. 유노는 그런 나노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노하 맛을 봤더니 배고파졌어. 같이 밥 먹을까?”
“응!”
주방으로 가는 두 사람의 손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은 조촐했다. 반찬은 어젯밤에 냉장고에 보관해둔 것들, 밥은 압력 밥솥에 있는 것에 어제 해놓은 국을 데워 두 사람은 아침상을 차렸다.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식사. 다만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아~”
우미나리에서 가져온 가지 조림이 나노하의 손에 들린 젓가락에서 유노의 입으로 사라져간다. 반찬을 목으로 넘기고는 이번에 유노가 나노하가 한 것처럼 한다. 나노하의 손에 있는 것은 ‘유노군용 젓가락.’ 유노의 손에 들린 건 ‘나노하용 젓가락’이었다.
각자의 손은 본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손이었다.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듯, 나노하가 집은 반찬은 유노의 입으로 유노가 집은 반찬은 나노하의 입으로 사라졌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찬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진 않았다는 것. 뭐, 지금 이 행동만 봐도 주위의 솔로 친구들을 피눈물을 흐르게 할 수 있지만.
밥 다음은 샤워였다.
따뜻한 물을 틀자 금세 욕실의 천장은 수증기로 뒤덮였다. 각자 샤워기로 몸에 물을 뿌렸다. 나노하는 거품 타월로 유노의 등을 닦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남성 특유의 그것답게 다부졌다. 주위에서 독서광으로 통하는 그이지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품에 안겼을 때 그 가슴이 얼마나 듬직한지, 뒤에서 갑작스럽게 안았을 때 만져지는 복근이 얼마나 믿음직한지 자신 외에는 모를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자각하자 나노하는 더없이 행복해졌다. 나노하는 그런 행복에 자신의 모을 내맡기듯 유노를 꼭 껴안았다.
“나노하?”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 때문인지 그의, 유노군의 목소리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반응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침대에서 잘도 자신을 놀려먹었다. 어떻게 되갚아줄까. 마침 온기에 빨갛게 된 유노군의 귀가 보였다. 생각보다 먼저 혀가 유노군의 귀를 음미했다.
“힛!”
아까 자신과 같은 비명소리. 그렇다면 이쪽도 똑같이 말하면 된다.
“유노군 맛이나.”
나긋나긋하게 그리고 약간은 색기있게. 후끈한 욕실의 온도 때문에 상기되어 있던 유노군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지는 모습은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나노하는…….”
유노군은 고개를 푹 떨구더니 일어나 욕조 안으로 도망쳐버렸다. 부끄러워하는 유노의 반응을 즐기며 나노하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욕조는 좁았다. 당연했다. 원래부터 1인용으로 설계된 욕조니까. 그러나 두 사람에겐 그런 건 통하지 않았다. 나노하는 쭉 펴져있는 유노의 허벅지에 엉덩이를 대고 등을 유노의 가슴에 기대었다. 고개를 조금 젖혀 유노의 뺨에 자신의 볼을 비비다가 자연스럽게 키스했다. 아침과는 다른 깊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진한 키스. 혀가 오가고 서로의 타액이 오가고 사랑이 오갔다.
꽤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 다 만족하고 나서야 간신히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남은 건 애정 어린 시선과 부끄러운 미소뿐.
“저기, 유노군.”
“응?”
“밑에가 딱딱해졌어.”
“…………”
나노하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할지 몰라 유노는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나노하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유노를 향해 쿡쿡, 웃고는 거품 타월에 있던 거품을 가슴에 짜냈다. 짜낸 거품이 가슴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관능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직 앞쪽 안 끝났으니까…………”
나노하가 말을 끌자 유노가 다시 나노하를 바라봤다. 유노와 나노하의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서로의 얼굴은 보기 좋게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자.”
오늘은 나른한 그리고 조금은 에로한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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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지는 독자의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ㅅ';;
사해님과 메이군님이 요청하신 유노나노입니다. 일상사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런 달달한 녀석을 쓰는 건 버거웠었습니다. 흑녹님이 쓰신 단편같은 분위기로 쓰려다가 옛날에 한번 피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이젠 이런 분위기로 조금? 달달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나름 발전했다는 뜻일까요. 뭐, 갈길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아, 그리고 네이버 블로거 환타님(http://blog.naver.com/fantajoakh/80067855082)의 도움으로 대문 그림 교체했습니다. 나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유노x나노로!
자, 그럼 다음은 유노비비인가.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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