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상속 감상

이 책을 받기 전에 나는 이 책이 한 가정에서 가난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한 가정이라기보다는 세계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은 인도인이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제 3세계 사람들이다. 물론 요즘 인도는 소위 BRIC's의 일원이며 IT강국이지만 이 책은 아직 인도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80년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은 인도인이지만 그들의 사회계급( 카스트로 인한 사회계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에 의한 계급. ) 은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부유할지라도 아무리 지식을 많이 쌓았을지라도 그들은 인도인이기에, 서양을 마주한 순간 하잘 것 없는 제 3세계인이 되어 버린다. 그들에게 있어 서양은 존경해야할 존재이자 낙원처럼 보인다. 서양이기에 자신들보다 우월하고 또 그것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보며 막연히 하는 생각(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든지, 자식이 말썽이라든지 하는.)들을 하므로 한편으로는 서양문화를 저열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어디서나 가난한 이는 부자를 보며 존경과 경멸을 동시에 하는가. 약간 슬픈 생각이 들었다.

판사가 유학 시절 느낀 열등감. 판사는 분명 인도에선 지식인이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이로서 영국행 배의 올라탔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은 일반 인도인과는 다른 우월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대면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분명 이 열등감은 영국이라는 세계가 그에게 준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내면의 세계가 깨닫게 해준 것이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하고 비교할수록 끊임없이 얻는 열등감. 결국 그는 그의 세계를 외부와 단절함으로 비교하기를 그만 두웠다.

가난은 비교를 통해 그 사람의 뼈에 사무치게 된다. 가난을 극복하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극복된 미래는 아쉽게 미래에 있다. 그리고 그 미래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는 언제가 자신에게 가난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씌우고 있다. 비교를 하면 할수록 얻는 절망감과 억울함. 나도 한 때 느껴본 감정이기에 판사의 행동이 옳다고는 못하겠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비주의 불법 노동자 생활은 우리 주변의 외국인 노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동남아인들. 인도,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는 다른 모습과 가난의 냄새. 이 책은 비주를 통해 그들의 삶을 시종일관 음울하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주는 분명 인도보다 나을 것 이라고 생각한 미국에 와서 오히려 인도보다 못한 생활을 한다. 인도보다는 부(富)라는 단어에 익숙한 미국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부(富)라는 단어는 멀기만 하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은 그를 무겁게 누르고 있고 그의 정신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민족에 대한 자부심은 나날이 부서져간다. 가난은 결국 가난을 부를 뿐인 것일까?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부유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최소한의 부라는 건 어디에서나 필요한 것일까. 씁쓸하다.

수많은 책들에서 재산은 정신보다 우월할 수 없다고 말한다. 태산같이 많은 재산이 있을 지라도 바늘만한 깨달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깨달음보다는 부가 우리의 세상을 너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곳일수록 불공정과 불행이 만연해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설령 부유한 곳이라도 가난한 이에게 제 3세계인에게 공정은 베풀어지지 않는다. 또한 가난한 이는 지적 능력 또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오래전부터 가난이라는 말은 불행이라는 말과 이음동의어가 된 것일까.

가난은 상속된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 상실을 경험하게 한다. 설령 그것이 극복된다고 할지라도 과거라는 변할 수 없는 것이 가난과 함께 있을 것이다. 맞서 싸우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 그래도 좌절하고 절망하기보다는 그 세계와 맞써 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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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월객 | 2009/01/09 23:05 | ┣소설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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