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가 지난 레스토랑
사람이 자주 오는 레스토랑도 아니고 점심때도 지났기 때문에 레스토랑 안은 적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다. 분위기 있는 음악이라도 틀어주면 괜찮을 것 같지만 점장의 지시인지 추억의 팝송조차도 틀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그런 적막을 깨는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 무슨 소리야?”
당황한 남자의 목소리. 여기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표정도 분명 같을 것이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미안해 오빠. 우리 이만 헤어지자.”
“어, 어째서 난 너를……”
“오빠가 나를 사랑하는 건 알아. 하지만 이대로 사랑해보았자 서로 힘들어질 뿐이야.”
“내 직장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남자의 말이 정곡이었는지, 여자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
“…………, 미안해 오빠.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줘.”
여자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 남자가 떠나는 여자를 잡을 수 있을 텐데도, 더 이상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봐서는 잡아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조건인가.
직장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아 아마도 맞을 것이다. 가끔 TV를 틀었을 때 나오는 드라마 속 이야기를 실제로 접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입에 가져다댄다. 커피 특유의 진한 향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조건 때문에 헤어진건가.
사랑하기에 사랑한다.
주장이 곧 근거가 되고, 근거가 곧 주장이 되는 말. 비논리적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논리적인 이 말은 이제 낭만 소설 속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인가.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다보니 사랑마저 논리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사랑하기에 앞서 상대의 조건을 생각하고, 사랑에 빠져서도 상대의 조건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잘못되었다고 날카롭게 질타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연인의 조건을 사랑하는 것이지, 연인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조건도 분명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조건은 사랑을 지탱하는 데 있어서 한 기둥이 될 순 있어도 머릿돌이 될 순 없다. 사랑하기에 사랑한다. 의모, 학벌, 재산, 종교에 상관없이 연인을 사랑하는 것.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그런 당연한 일을 말하기엔 요즘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 같다.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줘.’
우리는 사랑을 흔히 인연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헤어지게 될 때 그것 또한 인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은 사랑은 인연이 아니라, 인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정성이 아닐까. 입 속에 들어온 커피만큼 쓴 생각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유노군”
정말 요즘 세상……
“유노군!”
“아, 응?”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깨어나 나노하를 바라봤다.
“무스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노하는 심통이 났는지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그냥 잡생각.”
“정말……, 데이트할 나만 바라보란 말이야.”
나노하는 입을 오므린 채 원망 섞인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런, 생각을 너무 오래했나. 나노하는 단단히 삐진 것 같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상위에 올려있는 나노하의 손을 잡아 약간 강하게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내 쪽으로 나노하의 얼굴이 다가온다. 하지만 묘안을 실행하기엔 거리가 모자랐기에 나도 몸을 숙여 나노하의 귀에 얼굴을 바짝 붙였다.
“미안. 지금부터는 너만 생각할게.”
입안을 진득하게 달라붙는 벌꿀 같은 목소리. 순식간에 나노하의 귀가 새빨개진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쿡하고 웃고는 나노하의 손을 놓고 제자리에 앉았다.
“정말~, 유노군은 못 당하겠다니까.”
나노하는 한 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노하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닫고는 상당히 부끄러워졌다. 심장이 격하게 펌프질을 한다. 모르긴 몰라도 내 얼굴도 나노하 얼굴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꺼낸 말이니 의연한 척하며 다음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어디로 가볼까요. 딴 데 한눈팔지 않고 나노하만 바라볼 테니까. 복잡한 곳도 상관없답니다~!”
“유노구우우운~”
“하하”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방의 새빨개진 얼굴을 바라보며 부끄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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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조금 쓰게, 마무리는 조금 달게.
그리고 제 시험성적은 나락으로.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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