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네오 베네치아의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여름양이 내년을 기약하며 가을군에게 바톤을 넘겨 주려하는 이 기간은 네오 베네치아로 오는 관광객이 잠시 뜸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기간엔 여름 관광시즌내내 예약 손님들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운디네들도 한가해진다. 물론 그건 아리아 컴퍼니도 마찬가지여서, 아카리와 아리아 사장은 이 때를 맞춰 마침 부족해진 식재료를 사러 시장에 왔다.
“뿌이뿌이뉴~”
바구니 한가득 짐을 들고 가는 아카리 앞으로 아리아 사장님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리아 사장님 오늘은 파스타도 샀으니 가서 스파게티를 해볼까요?”
“뿌이뉴!”
파스타 위에 고소한 치즈가루를 올리고 다시 그 위에 토마토 소스를 뿌린 스파게티가 생각났는지 아리아 사장님은 침을 흘리며 아카리의 치마를 잡고 빨리 가자고 보챈다.
“알았어요. 아리아 사장님. 그릇 가게만 들리고 빨리 돌아가요.”
아카리의 말을 들은 아리아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쯤 열려있던 그릇 가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아, 고양이다!”
가게에 문을 열자 점장으로 보이는 노신사와 그의 손자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문을 열고 들어온 고양이가 신기했는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아리아 사장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카리는 노신사와 눈이 마주치자 예의바르게 인사를 했다.
“어서오시게. 저번에 주문했던 게 들어왔네.”
“그럼……”
“누나누나!”
아리아 사장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소년이 아카리의 손을 잡고 흔든다.
“응?”
“이 고양이 안아봐도 돼?”
“아리아 사장님만 괜찮다면……”
아카리가 아리아 사장을 지긋이 바라보자, 아리아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기 편하게 두발로 선다. 그러자 소년은 양손으로 조심히 아리아 사장을 안아 올렸다.
“와, 폭신폭신해.”
자신의 볼을 아리아 사장의 볼에 비비는 소년. 아리아 사장도 소년이 볼을 비비는게 마음에 들었는지 따라 비빈다.
“아카리양. 주문한건 뒷창고에 있는데 잠시 따라와주겠나?”
“네~”
아카리는 노신사를 따라 창고로 연결되어 있는 뒷문으로 나갔다. 아리아 사장도 아카리가 나가자 같이 나가려 했지만 소년이 너무 세게 안고 있어서 빠져 나가지 못했다.
“뿌이뉴우우~”
애처롭게 외치는 아리아 사장
“너무 귀여워!”
소년은 아리아 사장의 귀여움에 정신 못차리고 더욱 세게 아리아 사장을 껴안는다. 괴로워하는 아리아 사장. 그래도 소년은 정신 못차리고 계속 안는다. 그러자 만년 귀여운 표정을 짓는 아리아 사장의 얼굴이 바뀌었다.
“야 이 더러운 손치워.”
“어?”
어디서 들리는 소린가. 분명히 가게 안엔 자신하고 고양이 밖에 없는데. 소년은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꼬맹이자식이 벌써부터 청각이상이 왔나. 빨리 손치워.”
“고, 고양이?”
“고양이가 아니라 아리아 사장이다. 빨리 이 더러운 손 치워!”
“우와와와앗! 고양이가 말을 한다!”
소년은 놀라서 황급히 아리아 사장을 안고 있던 손을 치웠다.
“고양이가 말하는 거 처음보나.”
처음봅니다만. 아리아 사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소년을 바라본다.
“…………”
소년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겁에 질려 뒤로 주춤거린다.
“야 너!”
“네?”
“누가 마음대로 안으라고 했냐.”
“바, 방금 안아도 된다고”
“난 그런 기억없다. 날 안을 수 있는 사람은 귀여운 여자아이, 예쁜 소녀, 가련한 소녀, 귀여운 여자, 보이쉬한 여자, 섹시한 누님, 아름다운 누님뿐이다! 알았나!”
여자만 입니까. 소년은 아리아 사장의 기세에 눌려 고개를 끄덕였다.
“카악 퉷! 요즘 애새끼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나무바닥에 뱉은 침을 발로 비비며 아리아 사장을 한탄조로 말했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자신은 분명 그냥 귀여운 고양이를 안고 있었던 것 뿐인데. 지금 달려가서 뒷문을 열고 할아버지에게 이 말을 해야하나. 아니, 만약 그렇게 되면 저 고양이가 달려와서 날 공격하면 어떻하지? 소년은 고민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야 담배있냐?”
“어, 없는데요.”
“젠장. 마침 아카리도 없고 식후땡이나 하고 싶었는데.”
아리아 사장은 어디 떨어지 담배 꽁초라도 없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리아 사장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리자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성질이 사나운 것 같지만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소년은 아리아 사장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런 소년의 행동을 상관하지 않고 아리아 사장은 쓰레기 통에 손을 집어넣어 담배 꽁초가 있나 뒤진다. 말하는 고양이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일단 위해를 가할 것 같지않자 소년에게 어린애 특유의 궁금증이 불쑥 찾아들었다.
“저기 고양아.”
“아리아 사장님이라고 불러라.”
아리아 사장은 쓰레기 통을 계속 뒤지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응, 아리아 사장님. 고양이는 다 사장님처럼 말할 수 있어?”
“아니. 내가 아는 한 말할 수 있는 건 나뿐일 거다.”
“와~~, 그럼 그 사실을 아까 그 누나는 알아?”
“아니. 소녀의 동심을 짓밟는 짓은 안한다.”
“…………”
그럼 소년은 되고? 소년은 목구멍 언저리까지 올라온 그말을 애써 삼켰다.
“아 찾았다.”
아리아 사장은 입고 있던 옷에서 라이터를 꺼내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담배꽁초에 불을 붙였다.
“아~, 죽이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연기를 내뱉는 아리아 사장.
“고맙습니다!”
문너머 아카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젠장 한번밖에 안폈는데.”
아리아 사장은 급히 쇼파에 담배를 비벼 불을 끈다.
“아리아 사장님~”
“뿌이뉴우우우~~~”
아리아 사장은 언제 자기가 담배를 폈냐는 듯 아카리에게 달려가 껴안겼다.
“아리아 사장님 기다리게해서 죄송해요. 어, 왠 담배댐새지?”
한번 피우고 껐지만 가게 자체가 협소해서 내부에 담배 냄새가 남아있다.
“뿌이뉴?”
아리아 사장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양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관경을 어이없게 보는 소년.
“욘석아!”
노신사가 손자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아!, 왜 때리세요.”
“열둘도 안돼는게 할애비 몰래 담배를 펴!”
“할아버지 오해에요! 전 안 피웠어요!”
소년은 울먹거리며 아카리에게 안겨있는 아리아 사장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고개를 획 돌려 외면해버리는 아리아 사장.
“그럼 아리아 사장이 담배를 피리!”
화가난 노신사는 씩씩거리며 한쪽 구석에 놔두었던 지팡이를 들었다.
“우아앗 할아버지!”
소년은 날쌘 고양이처럼 튀어올라 할아버지의 지팡이를 피했다.
“이게 피해!”
더 화가 난 할아버지.
“아리아 사장님 이제 그만 컴퍼니로 가요.”
아카리는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아리아 사장을 내려놓고 짐을 들었다.
“뿌이뉴!”
“안녕히계세요”
아카리는 노신사와 소년을 향해 인사했지만 둘다 정신없이 가게를 돌아다니고 있어서 아카리의 인사를 받아주지 못했다. 아카리는 그 모습을 보며 쓰게 웃더디 아리아 사장보다 먼저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뿌이뉴우~”
그래서, 혼란을 틈타 미처 못핀 담배꽁초를 챙기는 아리아 사장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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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1,2,3기 다 본 기념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일이 겹치고 겹쳐서 요즘 글을 못쓰다보니까 살아나려고 하던 감도 다 죽어버리네요. 독서라도 많이해서 감을 회복해야겠습니다.
덧. 알x아이카 커플링은 최고임 'ㅅ'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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