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 단편 - 시스콤 오빠와 그 친구의 대화 -

크라나간 호프.
친환경을 주장하는 크라나간이라도 도시인만큼 열대야는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다. 밤에는 사라져야할 열기가 어둠을 데워서 온 도시가 후덥지근한 열대야. 시원한 맥주가 당기는 그런 밤이다. 그리고 그런 밤답게 유노 스크라이어는 내일부터 장기간 항해에 들어갈 크로노 하라오운과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내 말 듣고 있냐~”
크로노는 맥주잔을 한 손으로 든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녀석 설마 취한건가.

“듣고 있어.”

“그럼 왜 아무 말도 안하는 거냐”

“내가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냐”

“네 놈은 페이트랑 동갑이잖아.”

“동갑이라도 남녀는 다르다고”
서고 업무가 끝나갈 쯤에, 크로노에게서 연락이 왔다. 술 한 잔 하지 않겠냐고. 녀석이 내일부터 장기 항해에 들어가는 건 무한 서고 전체가 다 아는 사실이었기에, 그것 때문에 한번 보자고 부른 건가하고 하고 생각하고는 만나기로 약속한 호프로 갔다. 만나서 시킨 건 당연히 맥주. 일 끝난 뒤에 맥주. 시원하고 청량하게 넘어가는 맥주는 정말 인류의 보물이다. 그런 맥주를 몇 번 마시자 크로노 녀석이 갑자기 페이트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비슷한 점은 있을 거 아니냐”

“그렇게 치자면 난 페이트의 마음을 조금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녀석까지 페이트의 편이냐.”

“애초에 린디씨도 신경 안 쓰는데 네가 왜 신경 쓰는 거냐.”
약간 언성을 높이자 크로노 녀석의 볼이 살짝 상기되기 시작한다.

“난 페이트의 오, 오빠라고. 페이트도 이제 22살이다. 남자도 사귈 때도 되었는데, 그 놈의 부모노릇만 계속하고 남자 한번 못 사귀고 있으니.”
이게 이 녀석의 고민. 페이트가 22살이 되었는데, 연애는 안하고 에리오나 캐로의 부모역할만 하고 있으니 걱정된단다. 아니 도대체가 페이트가 노처녀도 아니고 동생 연애사를 오빠가 왜 걱정하는 건데. 약간 어이가 없지만 페이트 일을 말하는 크로노의 표정은 심각한 것이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페이트도 성인이야. 네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거라고.”

“아니, 페이트는 어렸을 때부터 위태위태한 데가 많아서.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도와줘야 했다고.”
크로노는 눈 앞 어린 페이트가 있는 듯 허공에 머리를 쓰다듬는 동작을 취한다. 이거 조금 중증인데.

“혹시 도 모르지. 페이트가 너 몰래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지도.”

“아니, 그럴 리 없다.”
‘나무는 나무고 바위는 바위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크로노의 어조엔 확신이 차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사립탐정을 시켜서 페이트의 연애행적을 조사했거든.”

“그건 오빠라도 범죄야.”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선 범죄자가 되어줄 수 있다.”
전면 철회다. 조금 중증이 아니라 중증 맞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녀석의 안면에 제정신을 차리라는 의미로 레프트 훅을 날려줘야 할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안마시냐? 거품 다 날아간다.”
정말 잔에 거품이 다 빠지려고 하고 있다. 이런. 서둘러 한 번에 마신다. 거품이 많이 날아가서 그런지 역시 좀 쓰네. 입가에 묻은 맥주를 손으로 닦고는 입을 열었다.

“정 걱정되면 내가 페이트에게 남자 소개시켜줄까? 괜찮은 사람들 몇 명 아는데.”
내가 말하긴 좀 뭐하지만,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닌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페이트 남자친구 하나 소개시켜주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거절한다. 내가 모르는 놈팡이와 페이트를 사귀게 할까.”
네가 모르는 사람은 다 놈팡이냐. 어이없는 이분법에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도 크로노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

“언젠가 페이트가 네가 모르는 남자와 사귀고 결혼하겠다고 올이지 몰라. 그럴 때도 그렇게 생각할거냐.”
사뭇 진지하게 말하니 크로노의 표정이 굳는다. 그래 너도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겠지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 시스콤아.
 
“만약……”

“응?”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 빌어먹을 놈을 클라우디아 주포에 넣어서 한줌 빛으로 만들어주겠다! 아니 그전에 발가벗겨 바인드로 꽁꽁 묶어 울고 불며 질질 쌀 때까지 주포에 넣어둔 다음 결혼 하지 않겠다고 확언을 받아내겠다!”

“그거 범죄다 이 자식아.”

“페이트를 건드린 순간부터 그 녀석은 범죄자가 되는거다. 난 단지 그런 녀석을 정되하는 것 뿐.”
놈팡이에 이젠 범죄자 취급이냐. 이 녀석의 중증 시스콤에 골치를 넘어서 짜증이 솟는다. 난 일 끝나고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술마시러 온 거지 스트레스 늘리러 온 게 아니라고. 어떻게 이 녀석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없으려나……. 아!

“그럼 말이야. 크로노”

“왜?”

“나는 어떠냐?”

“뭐?”

“네 말대로 하면 나는 세이브존인거 아니야? 니가 아는 사람이고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네 놈이랑 친하기도 하고.”
크로노는 내 말을 듣고는 살짝 얼빠진 얼굴을 하더니. 마치 상품을 보듯 나를 훑어본다. 그리고는 슬며시 웃으며 말한다.

“페릿 비스므래는 논외다. 설마 너 같은 놈을 페이트가 좋아할까.”
이 자식이. 화가 살짝 나지만 예상했던 반응. 주머니에 있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그래? 그럼 이건 뭘까나?”
내 손에서 꺼낸 것은 영화표 1장이었다. 그것도 멜로 영화.

“영화표?, 너 설마!”

“그래 페이트한테 받은 거다. 물론 데이트용으로!”
사실 페이트가 데이트하라고 나하고 나노하에게 준 표지만.

“그 표 내놔라!”

“어림없는 소리.”
크로노가 급히 내 쪽으로 손을 뻗자 난 가볍게 표를 뒤로 빼 주머니에 넣는다.

“네 녀석이랑 페이트의 교제를 내가 허락할 거 같으냐!”
“허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데이트는 할 거니까”

“페이트가 네 녀석과 데이트하러 가지 못하도록 내가 전력으로 막아주지.”

“그래? 근데 이거 어쩌냐 데이트는 이틀 후 인데. 내일 장기항해 들어가는 제독이 누구더라?”

“으윽!”
크로노는 주먹을 움켜쥔 채 진심으로 분한 표정을 짓는다. 이거 오랜만에 이긴 것 같은데.

“얌전히 포기하라고. 난 이만 간다.”
술도 다 마셨고 안주도 다 먹었고 승리까지 얻었으니 자리에 일어나자.

“잠깐!”

“왜”

“존토리 패밀리라고 들어봤냐?”

“당연히 들어봤지. 악명 높은 마피아 패밀리잖냐.”
전차원적으로 마약, 질량무기, 물법 로스트로기아로 범죄를 일으키고 있는 조직으로 페이트 같은 집무관들도 그 마피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이번에 하는 항해 목적 중엔 그 녀석들 본거지를 찾아 격퇴하는 것도 있다.”
나쁜 예감이 스친다.

“너 설마……”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 과거 30년간 존토리 패밀리의 범죄행위 및 조직 구성도. 밀수루트 그리고 근거지로 예상되는 곳을 조사해서 올려주도록. 물.론. 삼일내로.”
크로노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지어져있다.

“…………”

“난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여동생을 주지 않는다.”

----------------------------------

비비오x유노물을 쓰기전 마지막 워밍업.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by 풍월객 | 2008/08/25 15:38 | 팬픽 | 트랙백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kazemoon.egloos.com/tb/197479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어느폐인 at 2008/08/25 15:45
역시 시스콤...
Commented by 파란이상해씨 at 2008/08/25 16:21
저렇게 말하고 나가는 순간 에이미가 머리에 핏대 세우고 서있는 그런 전개는 어떨까요?[탕!]
Commented by 黑白 at 2008/08/25 18:10
이제 더블 브레이커에 떡관광 예약?
지못미 시스콘...
Commented by 월식 at 2008/08/25 18:34
이글루스는 안하지만 리플 남기고 갑니다'ㅇ' 이틀간 두번 정주행했는데 풍월객 님의 팬픽 재밌네요
Commented by 메이군 at 2008/08/25 21:50
역시 집착은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천류화 at 2008/08/27 13:37
아아 이런이런 이군요 죄송합니다 일갓다 와서 늦게 보게 되네요 암튼 크로노 넌 위험 인자야!!
Commented by wizard at 2008/08/27 23:42
유노...죽지마! [응?]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