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 단편 - 초차원론 -

 미드칠더의 한 학술회장.
아고라처럼 생긴 원형 학술회장에 전 차원에서 모여든 유명한 고고학자들과 박사들이 모여 있다. 원형 강의실이 넓은 편인데도 사람이 많아 그 체온으로 인해 열기가 후덥지근하게 올라온다. 관리실은 급히 냉방시설을 가동했지만 학술회장은 다른 의미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저는 초차원론( dimension Pangaea )을 제창하는 바입니다.”
학술회장 정 중앙. 나는 전 차원에서 모인 저명한 학자들과 박사들에게 그 동안 내가 연구해온 이론을 설명했다. 냉정을 유지하자고 발표하기 전에 수없이 다짐했건만. 막상 발표에 들어가자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를 지경으로 가버렸다. 다행히 수십 수백 번 연습의 결과로 실수는 안한 것 같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유노 스크라이어!”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정 중앙 40대 후반에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  고집스럽게 보이는 학자가 주전자가 끓듯 씩씩거리며 일어나 말했다.

“박사님. 그렇게 제 이름을 크게 부르지 않아도 여기서 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을 놀리는 농담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무겁게 그리고 뜨겁게 된 학술회장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해 말했다. 덕분에 학술회장 곳곳에서 몇몇이 웃기 시작한다. 긴장된 분위기가 조금 완화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나에게 소리 지른 박사는 더 화가 난 듯하다.

“내 질문에나 대답하게!”

“전 분명히 그 근거에 대해 설명해드렸을텐데요. 수많은 차원이 존재함에도 각 차원의 마력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차원을 항해하고 있지만 인류만큼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마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존재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고대 유적들이 차원분할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정도면 어느 정도 납득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자 박사는 잠시 주춤거린다. 하지만 잠시 뿐. 오뚝이가 넘어졌다 다시 거세게 일어나듯 박사는 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력의 동질성에 관해선 아직 연구가 필요하고 내 분야가 아니라서 논외로 치겠네. 그러나 인류의 존재가 차원 분할을 설명해주지 않아. 자네 말이 맞는다면 차원 분할 도중에 인류가 흩어졌다는 건데 그럼 그 때 흩어진 동물들도 있어야하네. 하지만 인류를 제외하고서는 각차원의 동물들의 유사점은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인류탄생은 초차원론이 아니라 진화론으로 설명가능하지 않은가.”
내 논리의 허점을 칼로 찌르듯 정확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이 반론은 예상된 바이다.

“전 꼭 차원분할에 따른 인류의 산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진화론으로도 제 초차원론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력의 동질성으로 인해 인류가 그에 맞게 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술회장이 웅성거린다. 내 이론에 부정적인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몇몇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유적조사도 그러네. 과거 인류의 묘사는 대부분이 상징적이며 비정확한 것들이 많네. 또한 우연으로 내용이 겹칠 수 도 있지. 그런데 어찌 그런 것을 믿나.”
박사는 조금 기세가 꺾인 목소리로 내 이론을 반박했다.

“전 고고학자인 동시에 무한서고 사서장입니다. 제가 직접 조사한 유적도 상당한 양이지만 서고에서 간접조사해서 찾아낸 근거는 수백종류나 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한 가지 사실. 즉 초차원론에 대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지금은 그 경향성에 관해 믿어보지. 물론 그 자료를 자네의 사견으로 잘못 해석하지 않았을 경우에 말이야. 하지만 자네의 이론에 맹점이 하나 더 있네. 각 차원의 우주의 탄생시기가 다른 건 어떻게 설명할 텐데.”
생각지도 못한 맹점. 가슴이 성층권에서 다이빙하듯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박사는 드디어 잡아냈다고 생각했는지 입 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10년이다. 10년 만에 발표한 이론을 이렇게 끝낼 수 없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시간의 상대적 가속 때문입니다.”

“상대적 가속?”

“네. 차원이 분할된 초기 강력한 충격과 에너지를 받은 차원이, 그 에너지를 사용하기위해 시간을 가속시켰을 것입니다. 그렇게 돼서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받은 쪽과 덜 받은 쪽의 시간차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간의 가속이라 그게 가능한 것인가?”

“고랭크 결계 마법 중 격리된 곳의 시간을 상대적으로 가변할 수 있는 게 존재합니다.”
페이스가 다시 이쪽으로 넘어오자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쉰다. 분명 그런 마법은 존재한다. 비록 마력소모가 엄청나 나도 쓰지 못하고 또 마력 량이 되더라도 처리 해야 되는 술식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장된 마법이지만. 그런 마법은 확실히 존재한다.

“좋아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지. 정말 자네의 이론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까전 흥분된 목소리와 달리 박사는 이번엔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를 바라보자 그의 눈빛이 하이얀 겨울 부셔지는 햇빛처럼 차갑다.

“네. 물론입니다. 마지막쯤에 말씀드렸지만. 차원이 분할된 근본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만든 로스트로기아로도 한 차원에 단층을 만들고 심지어 한 차원을 붕괴시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신 혹은 자연, 아니면 차원본연의 힘 같은 상위의 힘이 작용한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전 앞으로 이 이론에 대해 계속 연구할 것이고 근본원인과 말씀하신 제 이론의 맹점도 보강할 것입니다.”
차가운 눈빛을 정면으로 맞받아친다. 박사의 얼굴은 이제 화를 내지도 비웃음을 짓지도 않고 있다. 단지 무표정하게 바라볼 뿐.

“알았네. 앞으로의 자네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지.”
박사는 내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 더 질문할 게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좌중침묵.

“그럼 제 발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여 있던 학자들과 박사들이 일어나 나가기 시작한다. 혼자 가는 사람들보다 둘 셋씩 짝지어 대화하면서 나가는 사람이 많은 것 봐서, 내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10년의 연구. 내 생각의 살을 붙이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긴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물론 기존의 이론과 상반되는 점이 많기에 완전히 납득한 사람은 소수이겠지. 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보강해서 계속 발표한다면. 언젠간 내 이론이 주류 이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힘내자. 유노 스크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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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로 중학교 1학년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데. 세계 지리파트가 나와서. 초대륙=판게아 이론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한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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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월객 | 2008/08/22 11:40 | 팬픽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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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黑白 at 2008/08/22 11:57
오오.. 학자로서의
면모를 다루는 팬픽이군요.
유노의 학자로서의 면모를 다룬 팬픽은
매우 드물고 그나마 기껏해야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발굴이었는데
이건 무려 학회에서 강연이군요.
Commented by 무장괴한 at 2008/08/22 12:03
오옷 멋집니다 ;ㅂ;b - 무장괴한
Commented by 메이군 at 2008/08/22 12:48
초차원이라길래 초끈 이론 쪽인 줄 알았더니, 초대륙(판게아) 이야기셨군요.

유노라면 저런 걸 연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요.
Commented by 어느폐인 at 2008/08/22 16:01
오오 간지!
Commented by 천류화 at 2008/08/22 23:07
역시나 유간지!! 나이스~ 합니다
Commented by 클라우드 at 2008/08/23 12:07
오오오 지식적인 부분에서 간지를 보이는 유노는 또 오랜만인듯ㅠㅠ
Commented by wizard at 2008/08/23 15:10
가...강연이...대단하십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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