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서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현 무한서고 사서장 유노 스크라이어가 관리국에 등장하기 전. 그 곳은 단지 자료의 무덤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유노 스크라이어의 등장으로 무한서고는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정상화되어있어 관리국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괜히 자료의 무덤으로 불렸던 것이 아님을 입증하듯, 지금 이곳은 새로운 이름인 국원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제독님, 크로노 제독님!”
한 국원 한명이 크로노 제독이 있는 업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어제까지 했어야할 서류를 끝내지 못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던 크로노 제독은 헐레벌떡 뛰어온 국원을 바라보았다.
“큰, 큰 일 났습니다.”
숨도 고르지 않고 말하는 국원.
“숨 좀 고르고 이야기하게. 무슨 큰일?”
“후아~, 그게.”
“그게?”
“무한서고가 파업했답니다!”
“뭐?”
크로노 제독은 놀라 작성하던 서류가 흩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국원에게 달려갔다.
“무슨 소리야!, 그렇게 과중한 업무를 맡겨도 잘만하던 녀석들이 어떻게 파업을해!”
“윗선도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사서장과 친분이 있으신 크로노 제독께서 이 일을 해결해달라고 윗선에서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항상 냉정침착하기로 유명한 크로노 제독이 고함을 지르자 놀랐는지, 국원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혹시……, 나 때문일까?”
“모르겠습니다. 몇몇이 사서들과 접촉해서 파업이유를 알아내려고 했는데 윗놈들 나오라며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한서고에 부탁을 가장한 명령으로 맡긴 일이 얼마나 되더라……, 라고 생각한 크로노 제독은 곧 생각을 멈췄다.
“제길 너무 많은데.”
찔리는 게 너무 많다. 어쩌면 윗놈들은 사서장과 친분 때문에 자신을 보내는 게 아니라 희생양으로 보내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많았다.
“유노 그 녀석하고는 연락이 되나?”
“아니요. 스크라이어 사서장님과는 통화가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럼 일단 파업 시위 장소로 가보지. 사서들은 지금 어디 있나?”
“크라나간 시청 광장에 모여 시위하고 있습니다.”
“가자”
크로노는 옷걸이에 걸어 논 사복을 챙기고는 국원과 시청 광장으로 향했다.
“저긴가.”
시청광장이 한 눈에 보이는 빌딩. 바로 광장으로 갈 경우, 성난 사서들에게 공격 마법을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크로노 제독은 같이 온 국원들과 빌딩을 올라가 자세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네. 보시는 대로 사서들이 집결해 있습니다.”
시청 광장 한 가운데. 100명이 넘어 보이는 사서들이 플랜 카드와 촛불을 든 체 파업시위를 하고 있다.
“저 촛불은 뭔가?”
“네. 본인들 말로는 ‘비록 우리들이 파업은 하지만 교양인으로서 어떻게 폭력시위를 하겠는가’라고 외치며 평화시위용으로 촛불을 들었답니다.”
“그래?, 근데 그런 저건 뭔가?”
크로노 제독이 바라본 쪽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이층으로 쌓여 일렬로 놓여져있다. 그리고 그 위에 전투국원들이 올라가 있다.
“네. 평화시위엔 관리외 97세계의 비장의 무기인 명박 산성이 최고라 하길래. 의회에서 직접 컨테이너 박스를 공수해서 ‘의회산성’을 만들었답니다.”
“…………, 의회 놈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크로노는 갑자기 아파지는 머리에 손을 집었다.
“아, 무언가 말을 하려나 봅니다.”
국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크로노 제독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그 곳엔 스티로폼을 쌓아올려 만든 단상 위에 마이크를 붙잡고 있는 한 사서가 있었다.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를 키겠습니다.”
국원이 손가락을 퉁기자 디스플레이가 떴고 그 곳엔 단상위에 올라 온 사서가 명확히 보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113명의 사서 여러분.”
단상 위에 오른 사서의 얼굴엔 비장미사 서려있다.
“우리가 오늘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일단 제가 이 자리에 오른 이유를 말하기 전에 일단 113명의 사서 여러분. 다 같이 구호를 외칩시다.”
앉아있던 사서, 일어서 있던 사서 모두 단상 위에 오른 사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단상 위의 사서는 주먹을 불끈 쥐며.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은~~~”
[[[[물러가라!!]]]]
뭐?
누가 물러가?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이?
“야, 카메라 돌려봐.”
크로노는 이 어이없는 구호에 놀라는 동시에 국원을 시켜, 설치해둔 카메라를 다른 사서들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플랜카드들.
‘무한서고에 하렘이 웬 말이냐.’
‘하렘 사서장은 물러가라.’
‘서고는 연애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신성한 직장을 물로 아는 사서장에게 철퇴를.’
‘사서장은 전격 퇴진하라.’
“도대체 무슨……”
과중한 업무 때문이 아니었단 말인가. 크로노 제독은 다시 단상 위에 오른 사서의 말에 집중하기로 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 자 이제 극악무도하고 방약무인하며 둔감남인척하는 사서장의 행실에 대하여 말하겠습니다.”
좌중은 모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그의 연인인 타카마치 나노하 대위의 일입니다. 여러분~~, 무한서고는 뭐하는 곳이지요?”
"일하는 곳! 일하는 곳!”
사서들은 마치 군대에서 구령을 하듯 우렁차게 외쳤다.
"그렇습니다. 일하는 곳입니다. 식당이 아니란 말입니다! 근데 왜 우리가 사서장이랑 타카마치 대위랑 같이 다정하게 도시락을 먹는 걸 봐야 한단 말입니까!"
“옳소!”
“제길! 저번에는 그 많은 사서들 앞에서 ‘아앙~’을 하더라.”
“좀 떨어져 먹을 것이지. 그것도 완전 밀착해서 먹더라.”
곳곳에서 나오는 원성.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무한서고는 기본이 원통형 구조의 밀실. 크게 말하면 들리기도 한단 말입니다. 근데 왜 큰 소리로 그 닭살 돋는 대화를 말한단 말입니까!”
“옳소!”
“그래도 한창 때고, 젊으니 그런 러브러브도 요즘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못 참겠는 게 있습니다. 바로 페이트 집무관입니다.”
“무슨?!”
화면에 집중하던 크로노 제독이 자신의 동생 이름이 거론되자 화들짝 놀라, 호랑이 눈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말이 좋아. 사역마가 보고 싶어 서지. 페이트 집무관. 와서 알프양한테 한번 인사하고 바로 사서장실도 들어간단 말입니다. 그것도 사서장이랑 단 둘이서. 몇 시간동안이나. 도대체 안에서 뭐하는 겁니까!”
“설마 나의 여신이……”
“어이 신입 정신 차려!”
서고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사서가 충격 받아 쓰러져 버렸다. 아마도 남 몰래 페이트 집무관을 짝사랑했나보다. 신입사서가 쓰러지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던 의무관들이 급히 들 것을 가져와 신입 사서를 실고 데려갔다. 술렁이는 주위. 그러나 단상 위의 사서가 입을 열려고 하자 다들 진정을 되찾았다.
“하야테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를 요청했으면 메일로 받아 가면 될 것이지. 왜 무한서고로 와서 직접 받아가는 겁니까. 그것도 꼭 사서장한테만 받아가요. 거기다 받을 때 사서장 얼굴 보면서 얼굴을 붉히고 ‘유노 수고했어’라니!”
“젠장 하야테씨 자료는 우리들이 다 정리하는데!”
“우리도 수고했어라는 말 듣고 싶다!”
한 쪽에 있던 사서 몇몇이 급격하게 분개하기 시작했다. 단상 위의 사서는 그 모습을 보더니 아직 끝나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자료만 받았으면 얌전히 돌아가란 말입니다. ‘유노, 이따가 커피한잔’이 뭡니까. 도대체!”
“제길 난 여자한테 작업 걸면 백전백패인데, 누군 여자가 직접 작업건단 말인가!”
“빌어먹을. 나도 여자가 그런 말 해줬으면 소원이 없겠네.”
한 쪽에서 분개하고 있던 그룹이 이제는 분노를 뛰어넘어 울기 시작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울려면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이번엔 알프양 차례입니다. 무한서고의 알프양은 어떤 존재입니까!”
[[[[아이돌. 아이돌.]]]]
모든 사서들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기운차게 외쳤다.
“그렇습니다. 알프양이야말로 남자비율이 95%에 달하는 무한서고의 모에 요소요. 아이돌입니다. 여러분 모두 알프양이 고생하지 않도록 알프양의 업무 분량을 대신 맡아서 해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단상을 바라보던 사서들의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간악한 사서장은 우리들의 아이돌을 개인 비서화하고 있습니다!”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원념까지 섞인 외침. 이제는 외칠 때마다 서로 맞춰 발 구르기까지 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알프양이 사서장 모닝커피를 끓여주는 존재가 된 겁니까. 이건 성희롱이라고요! 그런데, 뭐? ‘유노에게 맛있는 커피를 끓여주는 데 보람을 느껴?’ 빌어먹을. 사서장은 하야테씨랑 비싼데서 커피 쳐먹고 다니는 데, 그런 싸구려 커피가 입 안에 들어가겠습니까? 차라리 우리 좀 타주세요!”
[[[[우리에게 커피를. 아이돌의 커피를.]]]]
100여명이 넘는 사서들이 원념 섞인 발 구르기를 하자 대지가 흔들린다.
“제가 아는 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빌어먹을 사서장이 퇴진해야하는 이유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다른 말하고 싶은 분 없으십니까?”
단상 위의 사서가 말을 끝내자 사서들 정중앙에서 이야기를 경청하던 한 젊은 사서가 손을 번쩍 들었다. 단상 위의 사서가 손짓하자 젊은 사서가 단상 위에 올랐고, 그동안 열변을 토하던 사서는 마이크를 건네주고는 조용히 내려왔다.
“안녕하십니까. 무한서고 사서 여러분. 그리고 광장에 모인 크라나간 시민 여러분. 제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도리겠으나 사정상 그냥 사서A라고 불러주십시오. 사실 무한서고 사서가 되기까지 사연 없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젊은 사서가 잠시 말을 멈추고 사서들은 조용히 쳐다보자 사서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사서가 되기 전에 무장국원으로, 촉명받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녀석이었습니다. 물론 예쁜 여자 친구도 있었습니다. 몸매도 좋았고요.”
순간 경청하던 사서들이 질투어린 시선으로 젊은 사서를 바라봤다.
“하지만 불운한 사고를 겪고 사서가 된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야근을 밥먹듯하다보니 여자 친구는 다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놈팡이 놈을 뒤쫓기 시작하고, 건강은 계속 나빠지고, 무중력 공간에 있다 보니 근력도 약해졌습니다. 또 맨날 쓰는 마법은 검색 마법과 독서 마법뿐이라 이젠 다른 마법을 쓰려면 ‘이 마법은 어떻게 쓰더라.……’라고 한번 생각해야 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서들, 이야기를 경청하던 시민들 모두가 그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래도 전 참을 수 있었습니다. 사서 분들 대부분이 솔로 시니까요. 그 사서장님을 제외하면 말이죠.”
“님자는 빼라!”
“그런 녀석에게 님자는 아깝다!”
“네. 사서장만 제외하면 괜찮았습니다. 사실 그 일을 보기 전까지는 앞서 다른 사서분이 말한 일도 무덤덤하게 지켜봤습니다.”
“뭔데!”
“말해봐라!”
단상 아래의 사서들이 궁금한 듯 바라보자, 단상 위의 사서는 한번 숨을 고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사서장은, 사서장은 학생에게도 손을 뻗치고 있었습니다.”
쿠궁!
사서들과 듣고 있던 시민들 모두 경악했다. 사서장이.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이. 그래도 도의는 아는 사람인 줄 알았건만. 절제도 모르고 미성년자한테 손을 뻗치다니. 질투와 원망을 넘어 이젠 경멸의 오오라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몇 일전이었습니다. 사서장 실에서 한 미소녀가 나오더군요. 이름이 티아나라던가. 양 갈래 머리에 앞으로 3년만 더 지나면 더 예뻐질 것 같은 그런 소녀였습니다. 무슨 일로 왔다가냐고 물어봤더니. 유노 오빠한테 공부 배우러 왔다더군요.”
“도대체 무슨 공부일까요. 무슨 공부냐고 물어봤더니 얼굴만 붉히고 가버리더군요. 그 때 전 똑똑히 봤습니다. 그건, 그건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었습니다!”
예전에 페이트 집무관 시험 때 유노가 도와준 적이 있어서 페이트가 티아나에게 유노를 추천해준 거였지만 분노에 찬 사서들에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서장에게 천벌을!”
“사서장은 물러가라!”
“우리에게도 여친을 달라!”
“더 보시겠습니까?”
국원은 조용히 화면에 집중하고 있던 크로노에게 물었다.
“그만 꺼라.”
크로노 제독은 저 질투와 원망 그리고 분노의 도가니탕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유노하고는 아직도 연락이 안 되나?”
“네, 아마도 저들에게 납치당한 것 같습니다.”
“내가 봐도 그렇군.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럴 때 관리 외 97 세계는 어떻게 한다고 하나?”
크로노는 실낱같은 희망을 잡는 기분으로 물었다.
“불법 시위로 정하고 애나 어른 상관없이 잡아들인답니다.”
“그건 기각. 서고가 쉬면 관리국 업무에 지장이 온다.”
“그럼 어떻게?”
“나도 고민이다.”
크로노 제독은 저 골치 아픈 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심했다.
파업 일주일 후. 관리국은 결국 사서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원래 그들의 목적인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의 퇴진은 관리국에서 절대불가라 하자, 다시 충돌이 빗어졌지만. 무한서고에 여사서들을 대폭 투입해준다고 하자 파업은 끝나게 되었다. 이후 관리국은 여성 기피 직정인 무한서고에 여사서들을 끌어 모으느라 골머리를 싸안았지만.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을 느낀 크로노 제독이 발 뻗고 나서준 덕분에 여사서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후 사서들에게 구류되어있던 사서장이 풀려나 무한서고는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듯 보였다.
한 달 후.
“까악, 사서장님~”
무한서고 중심부. 수십에 달하는 여사서들이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을 에워싸고 있다.
“저기, 저 이만 티아나양 공부 가르치러 가봐야되요.”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곤란해 하고 있다.
“에~, 사서장님 그런 애는 내버려두고 저랑 같이 놀러가요.”
“무슨 소리야!, 사서장님. 저랑 같이 공부 가르치러가죠. 물론 가르치는 건 성인 공부로……”
“얘는 참. 사서장님 도시락 싸왔는데 나가서 먹어요~”
“사서장님~”
“사서장님……”
“사서장님!”
“우리들 결국 뭐한거냐.”
남자 사서 한명이 중얼거리자 주위에 있던 수십 명의 남자 사서들이 동시에 한숨을 쉰다.
“글쎄……”
힘내라 남 사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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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읽자마자 '보나마나 크로노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기존 팬픽에 너무 익숙해지신 겁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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