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에게
요즘 한동안 한 가지 고민 때문에 밤잠을 설쳤었어.
무슨 고민이었냐 하면은, 일에 대한 고민이야. 나노하. 우린 왜 일을 하는 걸까. 사람들은 태어나 필연적으로 직업을 가지게 되. 그리고 일을 하게 되지. 물론 백수라는 이름의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이 사람들은 논외로 치자. 우린 일을 해. 왜 일을 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돈 때문이겠지. 시대와 사회. 그리고 차원을 넘어 고수익 직장은 인기가 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일한다고 하기엔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무한서고의 사서들을 설명할 수 없어. 고수익 직장은 인기 있지만 우리 직종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 싫어하는 3D의 조건 중 difficult와 dangerous를 가지고 있거든.
흔히, 최상의 직업은 일을 하는 본인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 난 학자이기 이전에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야.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 무한서고는 최상의 일터이지. 물론 내 전공은 사서가 아니라 고고학자이지만, 한 통계에 따르면 전공에 따라 직업을 갖는 이가 30% 안된다고 하는 것을 볼 때, 내가 전공을 따르지 않고 사서가 된 것은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난 여기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공보다 더 찾기 힘들다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했다는 데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나노하. 요즘 서고 일이 예전처럼 순수하게 즐겁지 않아.
난 정리하는 걸 좋아해. 하지만 밥도 못 먹고 3일 동안 책 정리하고 싶진 않아.
난 책을 읽는 걸 좋아해. 하지만 단순히 보고하기위해 무미건조하게 책을 읽고 싶지 않아.
아직 이 일에 열정이 있고 즐겁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거란 보장은 없어. 하지만 말이야 나노하. 내가 이 일에서 즐거움을 잃더라도 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 거야. 앞서 언급했듯이,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드무니까. 즐거움이 사라졌다 고해서 일을 갑자기 때려치우지는 않을 것 같거든. 일에선 분명 즐거움은 중요하지만 일의 메인은 일이니까.
즐거움 그 자체가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아닌 것 같아. 그럼 왜 일을 하는 걸까.
성취감
일을 해내고 난 뒤에 해냈다고 느끼는 그 뿌듯한 감정일까.
확실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고되고 힘들어. 하지만 그 일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매우 높아. 특히 촉박한 기간 안에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일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야. 나노하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테니 이해되겠지?
하지만 이것도 일을 하는 이유는 아닌 것 같아.
인간이란 불행 보다는 행복에 적응하기 쉬운 동물이라. 성취감에는 쉽게 익숙해져버려. 그래서 같은 일을 계속 하더라도 성취감의 체감은 점점 줄어들게 되. 거기다가 성취감은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라지만 일을 하는 근본 원인이 되지 못하지.
그럼 어떤 이유에서 일을 하는 걸까.
달콤한 휴식 때문일까.
삼일철야, 일주일 철야 후에 지내는 휴일은 아카시아 꿀처럼 달콤하지. 이런 휴일이야 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지. 휴식이란 건, 계속 놀기만해선 느끼지 못하잖아. 나노하도 학생 때 방학을 겪어봤으니 이해될 거야. 방학식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느끼는 방학의 달콤함과 개학식이 얼마 안 남았을 때의 방학의 달콤함은 다르니까 말이야. 그럼 이런 달콤한 휴식 때문에 일을 하는 걸까?
아쉽게도 이것 또한 답은 아니야.
물론 힘든 일을 끝낸 후에 휴식은 달콤하지만 그런 달콤함을 느끼는 것보다 계속 놀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본성이거든.
그럼 도대체 무엇일까 나노하.
다른 사람들이 왜 일을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왜 일을 하는 지는 확실히 깨달았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그건…………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난 너의 곁에서 너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어. 하지만 무한서고로 들어오는 너에 대한 보고를 통해, 네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듣고, 네가 하고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노력하지. 물론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너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 설령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페이트나 하야테, 볼켄리터들에 비해 미흡하겠지. 사람이 공기를 못 느끼지만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처럼. 네가 나의 도움을 못 느끼더라도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어. 그리고 내가 너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난 계속 이 일을 해갈거야.
그렇게 일을 계속 해내간다면 산들바람을 통해 공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처럼, 너도 나의 도움을 느끼는 날이 오게 될까.
나노하…………
나
노
털썩.
“우왓! 사서장님이 쓰러지셨다!”
“어서 의무국에 연락해!”
“유노~~~~!, 너희들 유노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뭐한 거야.”
“죄송해요 알프씨, 하지만 사서장님이 금단의 주문을 들은 이상 저희들은 말릴 수 없었어요.”
“무슨 주문?”
“그게 열흘 전에 나노하씨가 오셔서, ‘유노군 열심히 해’라고.”
“…………, 그럼 그 뒤로?”
“네, 잠도 안자시고 열흘 동안 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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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여자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 짝사랑인생. (흐그긓...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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