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론.
중국의 덩샤오핑의 제창한 유명한 말이다. 고양이의 원래 목적은 쥐를 잡는 것이므로 그를 위해선 고양이가 무슨 색인가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나는 10대를 소위 좌파 정권이라고 불리는 시대에서 보냈고 20대에 우파 정권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치적 이념이라는 것이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바뀔 수 있는 거라지만 지금 나의 정치적 시각은 분명 우보다는 좌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는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주는 책이었다.
토목 사업을 이용한 경기 부양.
현 정부가 열변을 토하면서 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라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는 대운하 사업이 있다. 이준구 교수는 이 운하 사업의 시대착오 성, 민자 유치의 맹점을 놀랍게 지적하고 있다.
도대체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토목 산업으로 경기 부양을 하겠다는 것인가. 미국 발 금융위기. 경제학도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경제는 실물과 금융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학에서 금융은 어디까지나 실물시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제조업의 과잉으로 인한 이윤 감소와 금융 규제의 완화는 결국 금융 시장의 비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금융 시장이 휘청거리자 부동산 거품이 한번에 꺼져버리고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버렸다.
과거 1920년대 경제 대공황 때는 시장 정책의 실패, 즉 공급 과잉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때문에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토목 공사를 이용한 일자리, 수요창출로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쿠오바디스에서 언급하듯, 녹색 뉴딜정책 자체가 모순된 것이다. 토목 공사로 환경을 살리겠다는 말은 초등학생조차 믿지 않을 말이다. 또한 금융 위기로 시작한 ‘새로운’ 문제를 1920년대식 토목 공사 해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아마추어 정부.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분명 프로로서의 대통령이었다. 이준구 교수의 이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경제는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나도 생각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잘해봐야 아마추어다.
747 공약.
현 정부는 분명 우파 정권을 표명하고 있다.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는 크기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참여 정권이 5%성장에도 배척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서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개선하지 않는 다면 7% 성장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라는 말은 절로 수긍이 갔다.
책 전반에 걸쳐서 이준구 교수는 지지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분명 이명박 대통령은 최대 표차로 당선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아닌 ‘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이라는 조건부지지였다. 라는 사실을.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가 맹목적인 것이라고 현 정부는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부디 그 사실을 망각하지 말고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말하고 모두가 염려할 때는 확실히 안하겠다고 말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고양이엔 분명 색깔의 차이가 있다는 정부. 하지만 경제엔 +와 -만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의 표지의 말처럼 경제엔 옳은 쪽은 있어도 오른쪽은 없다. 금융 실패로 모두가 시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이 시기에 홀로 시장 자유를 외치는 정부.
파란 괴물.
이준구 교수처럼 이 정부를 향해 외치고 싶다.
“중요한 건 경제야. 바보.”